두 여자와 두 냥이의 귀촌일기? 으악!!
ⓒ 민중의소리 [입력 2011-11-14 21:58:18 l 수정 2011-11-15 13:18:54 ]
오랜만에 웃음이 피식피식, 행복이 뭉실뭉실 피어나는 책을 만났다. 두 여자와 두 고양이가 농촌에서 소소한 일상을 행복으로 엮어가는 이야기, '두 여자와 두 냥이의 귀촌일기'다.
이 책은 일상에 지친 도시인들에게 꿀물과도 같은 재미를 선사한다. 의지가 있다면 어떤 어려움과 역경에서도 행복해질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다. 특히 귀농, 귀촌하면 어느 정도 재산을 가지고 있어야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도시를 과감히 청산하고 떠나길 머뭇거리지 않게 한다.
이 책에 등장하는 두 여자는 참으로 용감하다. 농사 한 번 지어보지 못한 두 여자가 도시 생활을 청산하고 무작정 시골로 내려간 것이다. 여기에 같이 사는 고양이는 너무도 능청맞아 사람 같고, 하루하루 좌충우돌 지나가는 일상은 너무도 박진감(?) 넘친다.
이런 걸 보고 '사는 맛', '희망을 주는 메시지'라고 해야할까.
아울러 이 책에는 도시인들이 들어보지 못한 잡초요리 레시피 등과 함께 잔잔한 글들이 실려 있어 독특한 감흥을 준다. 만화책인데, 만화책 같지 않은 느낌. 뭐랄까. 아니, 그냥 책이다.
이 만화는 인터넷 저널 일다에서 연기리에 연재된 웹툰 '권경희 임동순의 전원일기'를 한 권의 책으로 묶은 것이다. 삶의 행복과 웃음이 무엇인지 궁금하다면 '두 번의 이사 끝에 구평마을에 정착하기까지, 두 여자와 두 냥이가 만들어가는 행복한 귀촌이야기'를 꼭 읽어보길 권한다.
독자 서평: 거기 '또 다른 삶'이 있었다 - 글:이해미
서울에서 태어나 한 번도 서울을 벗어나 본 적이 없는 내 삶을 한 마디로 표현한다면 바로 '소진'과 '소비'가 아닐까 생각한다. 나무보다 아파트가 더 많은 환경에 둘러싸인 채 대학 입시를 목표로 삼았던 나의 어린 시절부터, 결국 나에게 돌아오는 것은 불투명한 미래일 뿐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무능력자로 낙인 찍히지 않기 위해 발버둥 치는 현재까지, 나는 뒤쳐지지 않기 위해 항상 나 자신을 '소진' 시켜야 했다.
또한 생존을 위해 필요한 기본적인 먹거리와 입을 거리의 구입, 나의 내면을 풍성하게 해 주리라 기대하는 여러 문화적 활동, 허전함, 분노, 기쁨, 축하를 표현하기 위한 쇼핑 등, 내 삶을 유지하는 가장 큰 축은 바로 '소비'이다. 나는 살기 위해 '소비'에 전적으로 의존해야 하며, 소비를 하기 위해 자신을 '소진' 시키면서 돈을 벌어야 한다.
결국 이 차가운 도시에서 나의 삶을 이어가려면 결과적으로 나를 파괴해야 한다는 무서운 '아이러니'가 발생하는 것이다.
내가 도시를 떠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이 끝없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소진'과 '소비'가 순환되는 도시의 삶 이외에는 다른 형태의 삶을 생각해 본 적이 한 번도 없기 때문이다.
모든 자본주의 사회가 그렇겠지만, 특히 빠른 경제 성장과 특유의 엘리트주의가 결합하여 강력한 지배 이데올로기로 작용해 온 우리 사회에서는, 명문 대학을 졸업하여 대기업에 입사하고, 자신이 소유한 서울 중심가의 중형 아파트에서 어마어마한 돈을 들여 아이를 양육하는 것만이 '정답'인 것처럼 치부되고 있다. 이외의 다른 삶의 패턴들은 성공하지 못한 삶이자, 하루 빨리 벗어 던져야 할 '추레한' 현실이었을 뿐이다.
그래서 나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크고 작은 정신적/신체적 통증에 시달리고, 우리 사회가 무언가 잘못 되어 가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면서도 쉽게 현재의 삶을 쉽게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TV를 보다가 문득 귀촌을 결심하고, 결심한 지 단 한 달 만에 '집도 땅도 없이 무작정' 서울을 떠난 두 작가의 용기는 '대단하다'라는 말 밖에 달리 표현할 길이 없다. 또한, 대책 없이 '귀촌 프로젝트'를 추진해야 할 정도로 도시의 삶에 상처 입고 환멸을 느꼈을 작가들에게 나를 비롯한 많은 독자들이 깊은 공감을 할 것이다.
그러나 '당신도 도시를 버리고 시골로 오겠냐'라고 한다면 선뜻 '예'라고 대답하기는 쉽지 않다. 무엇보다도 지금의 삶을 통째로 바꿔야 한다는 결심을 하기가 어렵고, 또한 시골에서의 삶도 만만치 않은 '위협'과 '어려움'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시골생활이 다 대안적인 것은 아니다
<두 여자와 두 냥이의 귀촌일기>는 특유의 유머와 이해하기 쉬운 만화의 형태로 시골 생활이 녹록치 않음을 잘 보여주고 있다.
작가들이 맨 처음 정착했던 충남 서산의 "별마을"은 박정희식 근대화 패러다임과 가부장주의가 굳건하게 자리잡고 전형적인 농촌 마을이다. 마을 이장님은 다른 사람들의 의견과 취향을 고려하지 않은 채 새벽마다 '뽕짝'을 틀어 대고, 여자 둘 만 사는 작가들의 집들이에는 온통 무례한 남성들만 찾아온다. 시골에서의 집들이는 이들을 받아들일 지 말지 최종 심사를 하는 자리이고, 이 때 심사위원은 남성들만 될 수 있는 불평등한 구조였던 것이다.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바라보는 시선 역시 도시 사람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마을 어른들은 제초제를 쓰지 않는 작가들을 보고 농사를 제대로 짓지 못한다고 타박하고, 고기나 노동력을 제공하지 않는 '반려동물'은 아무 짝에도 쓸모 없다고 생각한다.
물론 책에도 나와 있는 것처럼, 개인주의적인 도시에 비해 이웃에게 더 많은 관심을 보이고 조금 더 나누는 따뜻함이 있기는 하지만, 솔직히 나에게는 차라리 무관심하되 훨씬 자유로운 도시의 삶이 더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상업적인 이유로 작가들이 열심히 가꾼 집과 밭에서 일방적으로 쫓겨나는 것을 보면서, 현재의 '일반적인' 농촌은 도시에서 받은 상처를 치유하고 보다 나은 삶을 찾고자 하는 사람에게 대안이 되기 어렵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깨달았다.
멀게 느껴졌던 '귀농'에 다가가게 해준 만화
다행히 작가들이 새로이 정착하게 된 경삼남도 합천의 작은 마을은 보다 생산적이고 조화로운 삶을 꿈꾸는 사람들이 모여있는 공동체이다. 이전 마을에서는 결혼도 안 한 여자 둘이 산다는 이유만으로 불편한 관심을 받아왔건만, 이제는 본인들 스스로 인정하듯이 두 작가가 '가장 평범한 이력의 소유자'가 되어 버렸다.
또 외롭거나 쓸쓸하지 않으면서 건강한 삶이 무엇인지를 제대로 경험하기 시작한다. 땅과 소통하고, 내 몸을 직접 움직여서 얻은 음식을 먹고, 어려운 일이 있으면 두 손 걷어붙이고 도와주지만 적당한 거리와 예의를 지킬 줄 아는 이웃과 어울리며, 무엇보다도 마음에 맞는 평생의 친구와 함께 살 수 있다니, 이 정도면 정말 행복한 삶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물론 여전히 마을에서는 농약 냄새가 나고 여름이면 벌레들과 사투를 벌여야 하지만 말이다.
지금 귀촌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두 여자와 두 냥이의 귀촌일기>가 답답함을 풀어 주는 동시에 또 다른 치열한 고민들은 제시할 수 있길 바란다. 나 역시 이 책을 통해 나와는 거리가 멀게 느껴졌던 귀촌 생활을 조금 더 이해하고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내가 살고 있는 '도시'를 완전히 떠나지 않으면서 자연과 사람에게 한 발자국 더 다가갈 수 있는 또 다른 대안적 삶이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해 본다.
Copyrights ⓒ 민중의소리 & vop.co.kr 이동권 기자su@v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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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볼 책 - <두 여자와 두 냥이의 귀촌일기> (미디어일다, 2011)
올봄에 갑자기 편집 일을 하게 되면서 귀농학교 강의도 한 번밖에 못 가고, 만화도 자주 못 봤다.
9월이었나? 이 만화가 책으로 나온다는 소식을 들었다. '전원일기 팬'이니까 당연히 출판 기금 마련 일일주점 티켓을 샀다. 권경희, 임동순 씨가 너무 궁금해서 일일주점에 갔다가 만화 캐릭터와 똑같은 두 사람을 보고 깜짝 놀랐다. 잘 보고 있다고 인사를 하면서도 신기했다.
그리고 한 달 정도를 기다려 <두 여자와 두 냥이의 귀촌일기>를 봤다. 책은 젊은 여자 둘이 농촌에 갔을 때 일어날 법한 일들을 조목조목 재밌게 그리고 있다. 처음 밭농사를 지을 때 좌충우돌 겪는 경험이나 동네 사람들과의 관계, 몸 놀리며 게으르게 살고자 하는 그이들의 모습이 나온다.
때로 힘들고 지치고 외로울 때가 있었을 것 같은데 만화 속 그이들은 유쾌하고 별 걱정이 없다. '나는 꼼수다'를 웃음소리와 기발한 광고, '깔때기' 때문에 일단 재밌어서 듣게 되는 것처럼, 이 책도 일단 재밌어서 보게 된다.
돈 없이도 행복한 유기농 만화! 언뜻 보면 잔잔하고 투박해 보이는 만화인데 싱싱한 대사들에 빵 터졌다. "너희가 뭘 심든 이 밭에선 쑥이 날 것이다!", "난 할머니가 니들보다 먼저 시집가실 수 있다에 한 표! 찌릿!", "누가 시금치를 모종한댜? 걍 솎아 먹어 가며 키우는 거지. 결국 시금치들이 별로 자라지도 못하고 꽃을 피우며 시드는 모습을 지켜봐야 했다." 만화를 보면 참 좋은데, 글로 설명하려니 힘들다.
여자 둘이 시골에서 살면 위험하지 않냐는 물음에 "우린 나이도 많고 예쁘지 않아서 괜찮아. 절대 튀어선 안 돼요. 몸매가 드러나는 옷은 절대 금물. 현지 언어 마스터 필수. 혹시 누가 여자로 볼까 봐 몸무게 4~5 킬로그램씩 늘린 거야" 하는 부분에서는 재밌기도 했지만, 여자가 시골에도 내려가기 힘든 세상임이 새삼 느껴져 씁쓸하기도 했다.
그리고 부모님의 "도대체 시골구석에서 어찌 벌어먹고 살려는 거냐?"는 물음엔 "그냥 우리는, 벌어먹지 않고 땅을 일구어 기른 것을 먹고 싶을 뿐이랄까. 만약 도시에 그냥 살았다면 몹쓸 공기 마시고 몹쓸 음식 먹는 도시 빈민일 거고. 잘돼 봐야 아파트 한 채, 소형차 한 대, 그리고 그걸 마련하느라 생긴 다수의 성인병! 그리하여 우리가 행복하게 사는 것이 부모님께도 효도하는 것이라 믿으며 산다"고 '쿨'하게 답한다. 다른 건 몰라도 이 부분은 꼭 우리 부모니께 보여 드려야지.
윤지은 기자 / 월간 <작은책> 제198호 20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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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돈 없이도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
도시에 지친 젊은 여성들이 무일푼으로 귀촌하여 길고양이들과 함께 알콩달콩 행복하게 살아가는 이야기! 살벌하고 피곤한 도시의 삶을 과감히 청산하고, 땅 한 평 없이 농사도 지을 줄 모르면서 귀촌한 용감한 여자들! 시골에서 좌충우돌하며 소소한 일상의 행복을 엮어가는 두 여자와 두 길고양이의 이야기가 이 시대에 주는 희망의 메시지.
인터넷 저널 일다(www.ildaro.com)에서 인기리에 연재되고 있는 웹툰 <권경희 임동순의 전원일기>가 독자들의 성원 속에 드디어 만화책으로 출간! 잡초요리 레시피 등 깨알 같은 부록과 새로운 에피소드를 담은 <두 여자와 두 냥이의 귀촌일기>는 에세이와 소설, 그리고 만화의 장르를 넘나들며 새로운 출판 분야를 개척한 독특한 만화이다.
<책 소개>
농사를 책으로 배운 두 여자 임모양과 권모양. 미대를 나와 호주 유학을 다녀온 권모양과, 대학 때 만화를 전공한 임모양은 한 애니메이션 회사의 선후배 사이로 만나 절친이 된다.
과도한 노동시간과 살벌한 경쟁, 열악한 주거와 불량한 먹거리, 동식물과 어울려 지낼 수 없는 건조한 환경. 가난한 도시 직장인들의 삶은 행복과는 거리가 멀다. 더 이상 이렇게 살 순 없다! 두 여자는 땅 한 평 없이 농사도 지을 줄 모르면서 무대뽀 정신으로 귀촌을 하자는 용감무쌍한 결심을 하게 된다. 그리고 귀농 결심 ‘한 달’ 만에 도시의 삶을 박차고 시골로 내려가기에 이르는데!
행복을 찾아 과감한 선택을 한 씩씩한 두 여자사람에게 따라 붙은 길고양이 두마리. 서울 거리 출신으로 귀농 후 행복한 전원생활을 즐기게 된 카라멜과, 여인천국에 갑자기 찾아 들어와 당당히 밥을 상납 받고 있는 수고양이 백작이 그 주인공.
시골생활이 녹록치 않지만 우리의 주인공들은 자연과 함께하는 삶이 좋아 마냥 행복하다. 빈집을 구해 개조하고, 마을사람들과 어울리며, 유기농 태평농법으로 텃밭을 가꾸며 웃음꽃 피는 주인공들의 삶에 곧 위기가 닥친다. 2주 안에 집을 빼달라는 것! 헉, 텃밭에 심은 아이들을 수확할 시기도 안되었는데!
1년도 안 돼 두 번의 이사를 하며 우여곡절 현재 살고 있는 구평마을에 정착하기까지, 좌충우돌 두 여자와 두 냥이가 만들어가는 행복한 귀촌이야기가 펼쳐진다.
<작가 소개>
글 - 권경희
40세. 농사를 책으로 배운 도시 토박이. 미술대학을 졸업하고 호주에 유학까지 다녀온 인재(?)로서 집안의 기대를 샀으나, 어느 날 멀쩡하게 다니던 직장을 그만 두고 시골에 내려가 현재 빈집살이를 하고 있음.
맑은 날엔 농사짓고 비오는 날엔 책 읽고 그림 그리며, 혼자 있어도 무섭기는커녕 외로울 새도 없어 문 활짝 열어놓고 두 다리 쭉 뻗고 자는 ‘무시녀’(무던한 시골녀).
그림 - 임동순
36세. 대학 때 만화를 전공하고 한 애니메이션 회사에 들어가 격무에 시달리다가, 선배 권경희씨와 귀촌을 작당한 지 ‘한 달’ 만에 실행에 옮김. 몹쓸 공기와 몹쓸 음식을 먹고 사는 도시 빈민의 생활을 청산하고 나니, 보험 들 필요가 없고 성격마저 좋아졌다고 증언함.
마당에 즐비하게 난 잡초를 재료로 삼아, 식객에 나올 법한 요리를 만들어 내놓는 천재(?) 요리사이기도 함.
<책의 구성>
프롤로그
1장 그 밭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2장 숭악한 여자들
3장 가진 게 너무 많아!
4장 정말 천국에 살고 있는 건 아니지만
| 카라멜 이야기 1~5화 |
부록
※ 권모양이 추천하는 임모양의 숭악한 요리 베스트7
※ 사진으로 보는 두 여자와 두 냥이의 <귀촌일기>
※ 작가 인터뷰 “우리, 잘 먹고 잘 살고 있습니다!”
<인터넷 서점에서 구입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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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믿어야 치유의 길이 열린다
최현정의 <조용한 마음의 혁명>을 읽고
우리는 살아가면서 마음의 상처를 입고, 또 누군가에게 마음의 상처를 주기도 한다. 때로는 그 상처가 너무나 커서 우울증과 같은 마음의 병이 되기도 하고, 암에 걸리거나 심장수술을 받아야 할 정도로 몸이 상하기도 한다.
마음의 상처가 고통이 되어 몸이 병들고, 망가진 몸 때문에 마음의 병이 더 깊어지는 괴로운 상황을 벗어날 방도를 찾지 못해 힘겨워하는 사람들, 이들의 경험이 특별하다 볼 수는 없다. 정도 차이가 있을 뿐, 어느 누구도 이 경험에서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지금 고통 받고 있지 않다면, 과거 어느 때 겪었을 수도 있고, 아니면 앞으로 언젠가 겪어내야 할 수도 있다. 우리가 경쟁적이고 권위적이고 폭력적인 사회에서 살아가야 한다면 더더욱 그렇다.
관계와 감정이라는 이정표
<조용한 마음의 혁명>(미디어 일다, 2010)에서 저자는 마음의 상처로 고통 받는 사람이 넘치는 우리 사회에서 그 상처를 치유할 길을 열어 보인다. 그리고 우리는 그녀의 친절한 안내를 받으며 ‘관계’와 ‘감정’이라는 이정표를 좇아 치유의 길을 찾아 나설 용기를 되찾는다.
사실 우리가 ‘불가피한 삶의 파도 속에서 키를 놓지 않고’ 계속해서 삶의 항해를 계속할 수 있는 것은 이성적이고 합리적 판단에 근거한 자기통제력, 자율적 의지가 있기 때문이다. 이 힘 덕분에 우리 인간은 독립적인 주체로서 자신의 상처를 스스로 치유할 수 있다.
하지만 ‘왜곡된 독립심을 부추기면서’ 개인들 사이의 분리를 조장하고 서로를 경계하도록 내모는 세상에서 우리 각자가 이성적이고 자율적인 힘을 제대로 작동시킬 수 없을 만큼 무력하고 나약한 존재로 전락해 있다면 어떨까? 저자는 우리에게 ‘관계지향적인 삶’을 되돌아보도록 권유한다.
인간은 ‘독립적인 주체’이면서 ‘상호의존적인 존재’이고, ‘이성적인 존재’이면서 ‘마음과 감정을 가진 존재’이지만, 저자는 후자를 주목하는 것이다. 원래 사회적 동물인 인간이 서로 관계 맺고 영향을 주고받으며 관계지향적 삶을 살아가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사람들은 그릇된 욕망에 사로잡힌 채 제대로 관계 맺는 법을 알지 못한다. 자기 가족, 자기 패거리만 챙기는 관계 집착은 집단이기주의일 뿐, 일그러진 관계를 살찌운다.
병든 세상이 사람을 병들게 하고, 병든 사람들이 모여 만드는 세상은 그 병이 날로 더 깊이지는 악순환을 벗어날 길이 없어 보이지만, 그럼에도 저자는 바로 사람에게서, 사람 사이의 관계에서 탈출구를 발견한다. 난폭한 사회 속에서 상처 입은 개인은 스스로를 지키기에 무력하니, 힘들 때 타인에게 손을 내미는 것은 당연하다. 그리고 내 상처에만 골몰하지 않고 타인의 상처도 어루만져 줄 줄 알아야 한다. 이렇게 우리는 서로 기대고 서로 돌보려고 애써야 하고 그럴 수 있다는 것이 저자의 생각이다. 물론 서로의 고통에 대한 ‘공감’이 동반돼야 할 것이다.
저자에 의하면, 우리가 제대로 된 관계를 맺어나가기 위해서는 감정의 울림에 진지하게 귀를 기울일 수 있어야 한다. 내 마음이 느끼고 있는 것을 제대로 들여다 볼 수 있다면 우리는 분노해야 할 때 분노하고 아파해야 할 때 아파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나아가 우리가 진정으로 마음을 모아 함께 분노하고 함께 애도할 수 있다면, 이 공동의 정서경험을 기반으로 보다 안전하고 정의로운 사회를 향해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인간에 대한 따뜻한 신뢰
나 역시 마음 깊이 느끼는 감정의 움직임 없이 이성적인 판단에만 의존해 윤리적 행위로 나아가기 어렵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서로를 치유하면서 정의롭고 평화로운 세상으로 나아가는 데 있어 감정의 힘이 중요하다는 저자의 생각에 공감한다.
그렇다고 해도 저자가 이토록 감정의 힘에 낙관할 수 있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무엇보다도 그녀가 인간을 믿기 때문이리라. 때로는 선하게, 때로는 악하게 보이는 우리 인간을 악한 존재라고 결론짓지 않고, 오히려 “사람은 충분히 선하고 정의로운 판단을 내리고 실천할 수 있는 존재"라고 믿으며 사람에게서 희망을 찾으려고 애쓴다.
그 누구도 인간의 본성이 선한지, 악한지 명확한 결론에 도달할 수 없다.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은 생물학적 존재이자 환경적 존재인 우리 인간 개개인이 때에 따라 좋은 생각이나 행동, 나쁜 생각이나 행동을 하는 그런 불완전한 존재라는 경험적 사실뿐이다. 이 사실은 인간이 충분히 정의로운 판단과 선량한 행위를 할 수 있는 존재임을 부정하지도 않지만, 그 반대 역시 부정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인간의 선량함에 무게를 싣고 신뢰할 수 있는 저자가 심리치료사로서 믿음직하다. 인간에 대한 믿음 없이 어찌 감히 마음의 상처에 대한 치유를 언급할 수 있겠나.
책을 읽어가는 동안 우리는 저자의 잔잔한 음성을 바로 곁에서 듣고 있는 듯하다. 그녀는 상처받아 주저앉은 마음을 향해 따뜻한 위로의 말을 전하고, 우리 자신의 상처에만 갇히지 않고 주위의 다른 상처들에도 눈길을 줄 수 있도록 도와준다. 부드럽게 말을 건네 오는 그녀에게 지금 마음의 문을 열어보자.
일다 2010/11/19 최종편집: ⓒ www.ildaro.com
출처 http://www.ildaro.com/sub_read.html?uid=5552§ion=sc7